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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새로운 형식 혹은 형태는 미리 앞서 존재한 형식 혹은 형태로부터 구성된다. 마찬가지로 눈에 볼 수 있는 형상은 눈에 볼 수 없는 선형상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런데 눈에 볼 수 있는 선형상이란 형상을 위한 스케치나 시도들 또는 수정들의 모든 국면들을 포괄한다. 눈에 볼 수 없는 선형상과 최종적으로 완성된 형상 사이엔 차이가 있다. 미완성의 근거로서의 선형상은 미학에서 그리고 예술사에서 새롭고 풍부한 전망들을 내놓는다. 미켈란젤로의 미완의 인물조각 가운데 하나는 돌조각을 깨뜨리고 나타난다. 물론 미켈란젤로의 미완 조각이 지닌 아름다움은 높이 평가된다. 그런데 위대한 완벽주의자인 미켈란젤로는 이런 조각들을 아마도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는 전시를 위해 적절하다고는 도무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품었던 이상적인 조각을 산출할 수 없을 때에는 종종 작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신플라톤주의자인 플로티노스가 물리적 현실세계보다는 이념적 이상세계를 추구한 데서 필연적으로 빚어진, 이상과 현실사이에 벌어진 틈이 미완성으로 표출된 것이다. 미켈란젤로에 있어 내적 이념을 실현하는 문제는 이념에 형태를 부여하는 일이다. 로댕은 마무리되지 않은 성질들을 자신의 작품에 받아들임으로써, 애써 다듬은 흔적이 남아있는 조각의 형태에 영감을 주었다. 예술가의 창조적 충동이나 의지는 완성된 그대로 작품에 나타나 있지 않는다. 볼 수 있는 형상을 통해 내적 창조적 열망이나 의지를 읽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만약에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을 완성된 형식으로 받아들인다면, 완성되지 않은 것은 앞서 존재하는 형식인 셈이다. 미완성(논 피니토)의 주된 근거는 예술가의 내적 창조적 정신으로부터 나온다. 미완성(논 피니토)은 이상과 현실의 틈, 이념과 형태의 불일치에 기인한다. 신체의 일부를 조각해놓은 토르소는 거의 모든 근대 조각가의 작품들에서 발견되며, 불완전한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그 압축된 상징적 의미로 인해 완전한 형태 못지않게 미적 정서를 환기시켜 준다. 이는 부분의 표현으로서 전체의 의미를 압축해서 내포하고 있으며, 부분으로서 전체를 상징적으로 암시한다. 논 피니토를 새롭게 인식한 간트너의 선형상이론은 완료된 것이 아니라, 형상과의 연관 속에서 아직도 열려 있는 문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