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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량의 「향수」에 나타난 세 가지 향수(鄕愁)
초록
이 논문은 김사량의 「향수」에 나타난 노스탤지어의 정치적 의미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 작품에서 향수는 특정한 장면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주제의식과 밀접하게 관련된 이 작품의 중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의 향수는 ‘지금-이곳’에 대한 당혹감에서 비롯된 정념이라는 것과 부재하는 빈자리를 채우는 이상화되고 낭만화 된 환상이라는 것을 기본 성격으로 한다. 옥상렬과 가야는 일종의 전도된 거울상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옥상렬이 ‘사상’을 버리고 ‘인간’을 취하려고 했지만 결국 두 가지 모두를 잃어버렸다면, 가야는 ‘인간’을 버리고 ‘사상’을 취하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두 가지와 모두 거리가 멀어지고 만다. 그러나 그들이 의식적으로는 ‘인간’과 ‘사상’이라는 두 가지 가치 중에서 자신이 우선시하는 하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인간들이라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된다. 여기서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가야와 옥상렬 모두 노스탤지어를 느낀다는 점이며, 또한 향수야말로 북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양심을 유지하게 해주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본래 향수는 이상적인 과거에 존재했다고 상상되는 조화에 대한 그리움을 통하여 현재에 대한 비판과 부정의 의미를 함축하며, 동시에 미래에 대한 소망까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향수」에 나타난 향수를 온전히 해명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주인공이자 유일한 인물 초점자인 이현이 느끼는 향수도 해명되어야 한다. 처음 북경으로 향하던 이현에게는 ‘조선의 과거 예술 유산’과 ‘누나’가 노스탤지어의 대상이었다. 이 중에서도 보다 큰 중요성을 가지는 것은 ‘누나’에 대한 노스탤지어였으며, 이를 통해 이현은 새로운 삶의 방향성을 찾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북경에서 만난 가야 누나와 옥상렬은 ‘사상’과 ‘인간’이라는 가치를 부여잡고 시대의 진창을 건너려 했던 것과는 달리, 당대의 시공 속에서는 ‘사상’도 ‘인간’도 더 이상 추구할 수 없음을 증명하는 존재로 전락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현은 도자기로 상징되는 ‘문화’라는 가치를 통해 민족적 정체성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은 물론이고 누나에게 받은 충격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이현은 정체성의 위기에서 벗어나 “훌륭한 동아의 한사람, 세계의 한 사람”(192)으로 자신을 정립한다. ‘인간’이나 ‘사상’이 아닌 ‘문화’라는 가치를 통해 일제말의 엄혹한 시대를 헤쳐 나가려 한 이현의 모습은,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작가 김사량에게로 확장시켜 볼 수 있다. 「향수」에 나타난 향수의 정치적 의미는 비슷한 시기의 북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작품의 주요 인물들 역시 향수와 관련된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 정비석의 「이 분위기」와 비교해보았을 때 그 성격이 보다 분명해진다. 「이 분위기」에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김지준은 향수를 철저히 거부하며, 이것은 김지준이 별다른 고민 없이 중일전쟁과 북경에 닥쳐온 신체제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지준의 모습은 중일전쟁 직후의 상황에서 나름의 가치를 지켜나가고자 몸부림치는 「향수」의 여러 인물들이 모두 향수에 빠져 있는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키워드
- 제목
- 김사량의 「향수」에 나타난 세 가지 향수(鄕愁)
- 제목 (타언어)
- Three Types of Nostalgia Expressed in ‘Nostalgia’ of Saryang Kim
- 저자
- 이경재
- 발행일
- 2016-06
- 저널명
- 현대문학의 연구
- 호
- 59
- 페이지
- 95 ~ 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