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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수사학적 설득이란 무엇인가?
초록
널리 알려진 수사학의 정의 중 하나는 “설득을 산출하는 자”, “설득의 장인”(peithous dēmiourgos)이다. 이것은 플라톤의 『고르기아스』편에 나오는 것으로서 소크라테스가 이것이 당신의 주장이지 않느냐고 묻자 고르기아스가 그렇다고 확인하는 정의이다. 이렇게 보면 수사학은 설득을 잘 할 수 있게 해주는 과학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수사학』에서 수사학이 하는 일은 “설득하는 것(to peisai)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그에 따르면 수사학의 과제는 “어떤 사안에서든 그 사안에 묻혀있는 ‘설득력 있는’(pithanon) 요소를 살피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사학에 종사하는 사람은 설득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의 성공 여부와 같은 결과에는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말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다른 기술들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면서 의학을 예로 들어 사태를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의학이 하는 일은 건강을 산출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선에서 건강을 촉진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의학은 건강을 되찾을 수 없는 이들까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학적 ‘기술’에 정통해 있는가를 측정하고 평가할 때 척도가 되는 기준은 건강을 다시 회복시켰는가가 아니라 주어진 여건에서 취해야 할 가능한 조처들을 제대로 취했는가 하는 것이다. 주어진 여건에서 가능한 조처들이 적절히 취해졌는가를 검토함으로써 문제의 인물이 의학적 기술에 정통해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수사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이 수사학적 ‘기술’에 정통해 있다는 것은 청자가 효과적으로 설득되었다는 결과를 기준으로 재단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바꾸어 말해서 수사학적 기술에 정통해 있다는 것이 임의의 청자가 실로 설득되었는가에 달려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것은 수사학이 의학이나 변증법 같은 다른 ‘기술적’ 학문들과 유사함을 보여준다. 다른 기술적 학문들에서도 각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각 전문가의 능력의 범위 안에 있지 않은 요인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청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는 결과는 기술로서의 수사학이 어찌해볼 수 있는 영역 밖의 일인 것이다. 설득하는 일이 수사학의 과제가 아니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언명은 요컨대 수사학이 다른 개별과학들과 공유하는 학적 내지 기술적 한계의 표현이다.
키워드
- 제목
-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수사학적 설득이란 무엇인가?
- 제목 (타언어)
- Aristotle’s Concept of Rhetorical Persuasion
- 저자
- 한석환
- 발행일
- 2016-04
- 저널명
- 수사학
- 호
- 25
- 페이지
- 207 ~ 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