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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 연구는 소외를 관계가 빚어낸 비인간적 사태로 파악하고, 그것의 구체적인 ‘작용태’와 소외가 양산해내는 개별 ‘정념’의 상호 연관성을 분석함으로써 이상 시에 드러난 자기이해와 세계 인식의 문제, 그리고 소외가 야기하는 고통의 실체를 밝히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아울러 이상 시에 나타난 소외 상황과 정념 등의 분석을 위해 ‘상품구조의 본질’을 통해 소외를 설명하는 루카치의 ‘사물화’ 개념과 사회심리학적 입장에서 소외의 제 형태를 분류한 멜빈 시이맨의 소외론 등을 이론적 토대로 삼았다. 이상의 시에 등장하는 여성들 대부분은 ‘매춘부’(상품)이며 이에 관계된 남성은 매춘행위를 욕망하는 자이거나 그것을 용인해야 하는 남편으로 나타난다. 매춘부로서의 아내는 남편과의 관계방식을 규정할 뿐만이 아니라 남편의 욕구와 의식에 관여함으로써 그를 소외시키는 원인된다. 이것이 사물화된 관계구조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남편과 아내의 관계로부터 빚어지는 ‘나’(남편)의 자기소외의 국면을 살펴보면 권리 양도의 문제가 깊이 개입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내와의 관계 속에서 ‘나’는 이미 남편으로서의 권리와 자격을 아내의 애인에게 그리고 신부인 아내에게 양도함으로써 그들에게 종속된다. 한편 소외의 고통은 특수한 정념, 감각, 느낌, 정서 등을 촉발하는 요인이 된다. 이상의 시에서 소외가 야기하는 감각은 주로 ‘극한(極寒)’으로 표현되면 그에 따른 정념은 무력감으로 드러나곤 한다. 그런데 이상이 드러낸 무력감으로서의 정념은 기성의 가치의 부정이나 거부를 내포하는 능동성을 지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상의 시에 내포된 소외와 정념은 사물화된 관계구조가 어떻게 인간적 유대를 훼손하는가, 어떻게 한 존재의 존립을 비생명적인 상태로 강등시키는가를 여실히 드러내준다. 아울러 이와 같은 비극적 존재 상황을 돌파하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묻게 한다. 상품구조에 의한 사물화의 과정은 근대인들이 타자와 맺는 관계방식을 압축적으로 지시한다. 이상은 이를 자신의 문학을 통해 선취한 시인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