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내러티브의 새로운 영역―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와 <지구를 지켜라!>의 경우 -

  • 박진

초록

정신분석 담론을 내러티브의 기본 원리로 끌어들인 영화들은 일반적으로 상투화·정형화된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인물의 증상(망상)을 정신질환 탓으로 돌리고, 정신질환의 원인을 과거의 외상적 경험에서 찾는 방식이 그것이다. 심리적 외상과 질병을 원인-결과의 필연적인 연쇄로 바라보는 이런 관점은 트라우마론이 지닌 사후적 성격을 조명하지 못하고 다층적인 심리 과정을 도식화하여 인간의 자기 이해를 협소하게 만든다. 또한 질병-증상의 관계에서도 증상을 실체로서의 질병에 종속된 비본질적이고 파생적인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증상 그 자체가 지닌 의미를 밝혀주지 못한다. 틀에 박힌 정신분석 내러티브는 환자를 ‘정상적’인 사회에 적응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는 ‘순응주의적 정신분석학’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도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와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는 이 같은 한계를 넘어서서 정신분석 내러티브의 새로운 영역을 보여주고 있어 관심을 끈다. 이들 영화는 주인공의 ‘병적’인 망상을 정신의학적으로 해석하는 독해의 방식에 저항하면서 환원적인 인과론을 전복한다. 나아가 ‘정상/비정상’, ‘현실/환상’의 이분법을 흔들어놓음으로써, 증상이 지닌 실존적 의의와 현실을 구조화하는 이데올로기의 환영(illusion)을 깨닫게 한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타인의 환상 공간과 심리적 ‘진실’을 존중하는 정신분석의 윤리를 제시한다면, <지구를 지켜라!>는 사회적 현실 자체를 이데올로기적 환상(fantasy)에 의해 구성된 일종의 허구로 이해하는 정신분석 담론의 정치성과 연결된다. 이 두 편의 영화는 라캉 이후의 정신분석 담론이 지닌 의의와 그 서사화 가능성을 확인시켜준다. 라캉과 지젝의 이론은 상징계(the Symbolic), 상상계(the Imaginary), 실재계(the Real)의 복합적인 관계를 통해 주체의 보편적 구조를 설명하고 상징적 현실의 변혁 가능성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낸다. 정신분석적 비평 또한 이제는 협소하고 정형화된 독법에서 벗어나 정신분석 내러티브가 지닌 이 같은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해석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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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신분석 내러티브의 새로운 영역―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와 <지구를 지켜라!>의 경우 -
저자
박진
발행일
2008
저널명
국제어문
42
페이지
471 ~ 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