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렌트의 내러티브와 의사소통적 합리성

초록

한나 아렌트는 19세기 이후의 서구 전체주의 및 나치스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체주의에 대한 “이해(comprehension)”를 추구하였다. 이를 목적으로 그는 내러티브를 서술의 방식으로 사용하였는데, 이는 이론정립 혹은 논증 구축의 성격을 갖지 않은 다른 차원의 서술 방식이었다. 그래서 『전체주의의 기원』 간행 이후 내러티브의 학문적 성격에 대한 논쟁이 유발되기도 했다. 이 논문은 아렌트가 사용한 내러티브적 서술이 갖는 특징을 하버마스의 소통적 합리성의 관점에서 구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분석을 통해 우리는 내러티브의 주체가 이야기하는 주체로서 상호이해를 지향하기 보다는 일방성을 특징으로 한다고 할 수 있고, 형식적으로 상대를 내 입장으로 들어와 생각하게 만드는 초대의 성격을 가지며, 이를 통해 나의 관점 속으로 타인들이 들어오도록 함으로써 관점의 공유를 통한 의사소통을 목표로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내러티브에는 삶이 반영되어 있기에 정체성과 연대성이 강화되는 구조를 가지며, 근대성과 관련해 볼 때 내러티브는 근대를 유지하면서도 단절을 이룬다. 즉 근대와 더불어 계몽적 의식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근대와 어느 정도 일치하지만, 이성과 감성 모두를 활용하는 전인격적인 만남의 도구로 내러티브가 제시된다는 점과 내러티브가 단편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내러티브는 근대성과 단절된다. 또한 내러티브는 하버마스가 말하는 공통의 생활세계를 그 형식에 있어서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나치스의 유대인 학살 등의 모습에서 경험하였듯 이제 이 세상에는 공통의 인간성이라는 것, 공통의 인식적 배경이 붕괴되었기 때문에 아렌트는 내러티브를 통해, 의사소통적 합리성에 따른 합의나 상호이해가 불가능한 일들을 말로 옮기고 그 옮긴 내용을 직면하도록 한다. 결국 내러티브는 일상적 언어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근대적 합리성 혹은 의사소통적 합리성에서 간취하지 못하는 부분을 간취하여 소통을 이루려는 특성을 갖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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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렌트의 내러티브와 의사소통적 합리성
저자
김선욱
발행일
2008
저널명
철학
94
페이지
29 ~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