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방위의 상당성 요건의 원류와 그 해석에 관한 일고찰

A Study on the Doctrinal Background and Interpretation of the Reasonableness Requirement of Self-defense

초록

한국형법의 정당방위 조항은 상당성 요건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것은 원래 형법 정부초안에서 필요성이라 규정하였던 것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상당성으로 고치면서 그대로 입법화된 것이다. 필요성으로 표상되는 정당방위권은 사소한 재산을 지키기 위해 인명을 살상하는 것마저도 허용하는 강력한 사권이었다. 그래서 이 정당방위의 범위를 좁히기 위한 법개념이 상당성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당방위의 상당성 요건은 각국의 형법에서 때로는 개정안으로, 또 때로는 해석론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가령, 독일에서는 필요성이라는 정당방위의 요건을 대체하기 위한 대안으로 상당성을 명기한 형법 개정안이 과거에 만들어진 적이 있었다. 또, 일본에서는 부득이성이라는 정당방위의 요건 속에 필요성과 더불어 상당성도 포함하여 해석하는 이론이 발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입법례마다 정당방위의 이론 안에 상당성 요건을 포섭하고 있는 점은 공통되나, 그 상당성의 실질을 어떤 구체적 하위개념으로 채울 것인지는 일의적이지 않다. 상당성 요건이 정당방위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할 때, 그 상당성의 내용은 첫째, 그 공격을 피하지 않고 반격했어야만 했느냐는 판단, 둘째, 그보다 더 가벼운 반격을 할 수는 없었느냐는 판단, 이 두 가지로 구분된다. 즉, 방위행위를 하는 것이 허용되느냐, 어느 정도까지의 방위행위가 가능하냐고 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상당성 요건은 작동한다. 이러한 제한해석의 요청을 독일 형법학에서는 정당방위의 요구성 내지 사회윤리적 제한이라는 개념으로 풀이하고 있고, 이것이 한국형법의 해석론에까지 파급되었다. 반면, 일본의 판례는 방위수단이 필요최소한의 것이어야 한다는 명제를 일찌감치 확립하였고, 그 요청을 상당성이라는 개념으로 포섭하였다. 그리고 일본 형법학에서는 애초에 방위수단을 취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또 하나의 요청, 즉 방위행위의 보류에 관한 요청을 필요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상대의 공격에 맞서지 말고 먼저 피했어야 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방위행위가 필요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일본의 정당방위 요건은 필요성과 상당성의 조합으로 해석된다. 이 외국의 이론들은 우리 형법의 해석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이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 우리 형법의 상당성 요건은 방위행위가 필요하다고 하는 판단을 전제로 하면서 그 행위가 필요최소한에 머무느냐고 하는 판단을 핵심으로 삼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한국형법의 정당방위 조항의 상당성 요건은 필요최소성을 그 하위개념으로 삼아야 한다. 현재 한국의 판례는 정당방위의 상당성 요건을 동어반복 격인 사회적 상당성이라거나 사회상규라고 하는 개념을 사용해 설명하려 한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는 과거의 법률가들이 상당성 개념을 공서양속과 같은 뜻으로 설정하고 기대가능성에 따라 상당성 요건을 판단하려 했던 바탕에서 탈피하지 못한 것이다. 정당방위의 상당성 요건은 보다 자세한 하위개념을 활용하여 풀이돼야 하고, 유형화 작업을 통해 알기 쉽게 수범자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키워드

Self-DefenseReasonable GroundsReasonablenessPublic Order and MoralsExpectabilitySocial EthicsSocial MoresSubsidiarityNecessityRequisite Minimality정당방위상당한 이유상당성공서양속기대가능성사회윤리사회상규보충성필요성필요최소성
제목
정당방위의 상당성 요건의 원류와 그 해석에 관한 일고찰
제목 (타언어)
A Study on the Doctrinal Background and Interpretation of the Reasonableness Requirement of Self-defense
저자
김준호
DOI
10.21717/ylr.35.2.6
발행일
2025-06
저널명
법학연구
35
2
페이지
211 ~ 258